영화 《올드보이》 줄거리 및 감상평
1.줄거리
한 남자가 비 오는 밤,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행패를 부리고 경찰서에 끌려온다. 그의 이름은 오대수(최민식). 평범한 회사원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그날 친구 주환에게 보석되어 나가던 중, 느닷없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대수는 정신을 차려보니 좁은 방 안에 감금되어 있다. 누구의 짓인지, 왜 납치되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는 그렇게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한 공간에 갇혀 지낸다.
감금 생활 동안 그는 텔레비전으로만 세상과 접속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아내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으며 자신이 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 그는 탈출을 꿈꾸며 훈련하고, 벽을 파내는 등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수는 아무런 경고 없이 마취된 채 세상 밖으로 풀려난다.
풀려난 대수는 이제 복수와 진실 추적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찾은 음식점에서 그는 ‘산 낙지’를 주문하며 미도(강혜정)라는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된다. 미도는 대수에게 연민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대수는 미도의 도움으로 자신을 감금했던 자와 그 이유를 추적하게 되며, 드디어 그 배후에 **이우진(유지태)**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우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대수를 조롱하며 이렇게 말한다. “왜 나를 가뒀는지 알아내면 자살하겠다.” 이 말을 시작으로 대수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되고, 거기서 무언가가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시절, 대수는 친구와 함께 한 소문을 퍼뜨린다. 바로 우진이 친누나와 근친상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소문으로 인해 우진의 누나는 자살했고, 이 일은 우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로부터 15년 후, 우진은 대수를 철저히 무너뜨리기 위해 정교한 복수극을 설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복수는 단순한 감금과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진은 대수와 미도의 관계 속에 끔찍한 진실을 숨겨 두었다. 바로 미도가 대수의 친딸이라는 사실. 감금 시절 동안 최면술에 능한 전문가를 통해 대수의 기억을 조작하고, 미도 역시 자신이 아버지를 찾도록 유도한 것. 결국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대수는 정신이 붕괴된다. 우진은 그에게 자신의 고통이 이제야 시작되었다며 비웃는다. 절망에 빠진 대수는 개처럼 기어다니며 제발 이 사실을 미도에게 알리지 말아달라며 애원하고, 혀를 스스로 잘라 복종의 의사를 표현한다. 우진은 복수를 마무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엔딩에서 대수는 최면술사를 다시 찾아가 이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눈 덮인 숲속에서 미도와 마주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짓는다. 과연 그는 모든 기억을 지운 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올드보이》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스릴러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의 본성과 죄의식, 기억, 그리고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깊게 깔려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복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복수 이후 남겨진 황폐함과 무너진 자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오대수라는 인물은 그저 감금되어 있었던 피해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했고, 그것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그의 ‘죄’는 무의식 속의 사소한 말 한마디였고, 그 대가는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죄도 죄일 수 있는가?”, **“진정한 속죄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의 핵심은 복수의 기발함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파괴와 윤리의 경계선에 있다. 이우진의 복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잔인하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한 인물이다. 복수의 행위가 그를 구원했는가? 영화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우진 또한 모든 걸 마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결국 복수는 어떤 치유도 주지 못함을 말한다.
시각적으로도 《올드보이》는 매우 강렬하다. 2000년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미장센과 컬러 톤, 특히 복도에서의 롱테이크 격투신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최민식의 열연은 처절하면서도 인간적인 고통을 절절히 전달하며, 유지태의 절제된 연기는 오히려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강혜정은 순수함과 어두운 운명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영화의 균형을 맞춘다.
또한 영화는 도스토예프스키적 죄와 벌, 그리스 비극의 운명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 다양한 문학적, 철학적 요소들을 변주하며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히 스토리의 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본질, 기억의 왜곡, 복수의 허무함 등은 이 영화가 단지 ‘잘 만든 영화’를 넘어 예술 작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3. 결론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정교한 서사 구조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자극적 충격을 넘어서, “인간은 과연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우리가 모르는 과거는 어떻게 현재를 지배하는가?”**라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렬하게 회자되는 이유는, 그것이 관객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올드보이》는 말 그대로 한국 영화사의 전환점이자, 세계가 한국 영화에 주목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단 한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